아콜 후기와 B캠프 첫 인상의 비중을 어떻게 맞춰야할지 조금 고민스럽지만, 생각나는대로 둘 다 적어보도록 해본다. 아그리콜라에 대해서만 짤막하게 적어보려 했는데, 어찌 되었든 B캠프로 다녀온 것이니 이 얘기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생각함. 그게 섞어찌개의 매력 아니겠냐.

 

사실 아그리콜라는 내가 썩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다. 명작인 건 알겠는데 티어표가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로 이미 부검이 될 대로 된 게임이라 나한테는 전혀 흥미롭지 않음. 이거 하느니 다른 신작 함, 마치 내가 가이아 프로젝트를 믿고 거르는 거처럼. (가이아는 꽤 재미있었지만 처음 했던 날에 **전략 아저씨들**한테 내가 뭘 할 때마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소리 들으면서 배워섴ㅋㅋㅋㅋ) 이제껏 딱 한번 해봤는데, 이는 아그리콜라 사랑단 M 때문. 그날도 그가 싱글벙글 제안해서 하기는 했으나 썩 내키지는 않았다... 이는 일꾼놓기를 선호하지 않는 취향의 영향도 당연히 크지.

 

턴 제한+플레이어간 견제의 조화는 제이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야 운동 많이 된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게임이라는 설명은 충분한 거 같으니 이 쯤 하고. 코보게에서 B캠프라고, 명작 전략 게임 입문 게이머를 위하는 재미있는 기획을 해서 한번 다시 찍어먹으러 와봤다. 생각보다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설마 여기서도 전략 아저씨들을 만나지는 않으려나 두려움에 떨었는데 다행히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고...ㅋㅋㅋㅋ 하긴 전략 아저씨들은 이미 즐길대로 즐겨서 이런 식의 배우는 자리에 올 필요가 없겠죠. 

 

나와 함께 게임한 분들은 부부와 또 다른 한 분이었다. 부부 분들은 평소에 자제 분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즐겨 하신다고 했다. (이분들은 가족들과 할 거라며 게임도 사가셨다) 다른 한 분도 함께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하셨다. 아주 유쾌한 분들이었고, 게임하는 내내 분위기도 좋았다. 아무래도 난 보드게임 모임에서 만난 덕후들(이라고 마음대로 묶어서 미안합니다) 위주로 게임을 하는데, 막상 이런 오프 행사에 나와보니 가족이나 친구를 기반으로 한 게이머 시장 또한 크다는 느낌을 받아서 의외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우물 밖에 나와서 알았구나. 

 

 

ppt를 띄워놓고 규칙을 설명한 뒤, 바로 게임 시작. 인원 전부가 초플이었으면 헤맸을 수도 있는데 내가 아콜 경험이 있고, 다른 일꾼놓기 게임으로 메커니즘에 익숙한 편이라 물 흐르듯 진행할 수 있었다. 또, 중간중간 물어볼 수 있는 분들이 많이 돌아다니면서 테이블 상황을 봐주셔서 헷갈리거나 애매한 점이 생길 때마다 바로 끊고 질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북적북적 들뜬 분위기에서 보드게임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색다르고 좋았다.

 

한번의 아그리콜라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과 식구를 적절한 때에 늘려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놀리는 땅이 없어야 한다는 것. 최대한 초플의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플레이 했던 거 같다. 그리고 오늘 행사 전에 자칭 아콜박사 M에게 팁을 구했는데, 갈돌음 칸을 활용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갈돌음, 갈돌음, 갈돌음... 지난 게임의 교훈, 그리고 M의 가르침을 떠올려가며 식구들을 굶게 하지 않기 위해 정말 안간힘을 다했다. 이것이 가장의 무게인가.

 

 

멧돼지 세 마리를 얻으려고 모든 준비를 해두었는데, 바로 앞 차례에서 가져가는 바람에 눈 앞에서 놓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여차저차 39점으로 마무리. 갈대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서(뭔지 까먹음... 직업이었나? 위 사진으로 되짚어보니 보조설비 통나무배를 활용했던 거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갈대 견제를 덜 해서 계속 쌓인 덕분) 갈대 활용을 최대한 했고, 또 마지막에 바구니 제작소로 3점을 받았던 게 컸다. 나름 줏대 있으면서도 상황에 유연하게 플레이 한 듯하여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이제 오늘을 마지막으로 다시 몇 년 동안은 안하겠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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