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5일 오후 4시 중화문학도서관

작 공동창작 연출 김수정

출연 김이현 김지원 나경호 남재영 박성원 박인선 박지은 송인성 유성준 유정인 이은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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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건실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결국 끝까지 매진이라 하미를 보지 못 한 내가 신세계를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지 망설여지지만. 몇 년 전 관극회원과의 만남에 다녀와서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싶게 올곧은 느낌에서 온 충격이 여전하다. 예전 블로그를 뒤지면 정확한 묘사가 있겠지만 찾기 귀찮군. 자고로 사람은 건실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단단해보이지 않나. 그래서, 내가 좋아하던 모습이 사라졌을까봐 오랜만에 신세계의 작업을 보자니 두렵기도 했다. 2009년 무렵부터 쭉 좋아했던 모 극단이 있었는데,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충격이 있었기에. (이는 특정 극단을 생각하며 적은 문장인데 거기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다행히 기우였다. 그냥 이건 KTX 타고가면서 봐도 신세계 공연이었다. 시작할 때 음악과 움직임은 망각댄스가 스쳐가기도.

 

뜬금없지만 오늘 공연 장소였던 도서관 얘기부터 하겠음. 중화문학도서관은 올해 1월에 개관한 도서관이라 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다. 중화도서관이 아니라 중화문학도서관인 까닭도 궁금했고. 와서 보니 건물 1층과 2층은 동 주민센터, 그 위로 3층과 4층만 도서관으로 쓰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소 어수선했지만, 그래서 도서관에서 공연을 해도 생각보다 괜찮더라. 진짜 도서관처럼(물론 진짜 도서관이긴 하다) 숙연한 분위기였으면 내가 다 불편했을텐데 약간은 편안한 분위기라서 마음이 놓였달까. 한편으로는 그래도 도서관인데, 여기서 마구 소리지르고 춤추는 것을 보니 희열감이 차오르기도 하고. 여러 의미로 공간이 주는 힘이 좋았다. 망우열전 중 다른 시리즈는 2가지 모두 공연 장소가 중랑구민회관이던데 영랑은 도서관에서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으려나.

 

영랑. 옥이나 쇠붙이가 젱그렁거리며 울리는 영롱한 소리. 울림소리만으로 이뤄져있는 단어이기에, 유려하게 들리는 단어. 공연도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내용에 대해 적고 싶은데 시를 기반으로 한 짧은 장면들의 나열이라 특별히 말 할만한 건 없네. 대부분 처음 접한 시였다. 배우들이 또렷한 음성으로 읊어주면서 화면에 시 전문이 나와서 몰입하기 좋았다. 사실 기념품으로 받은 작은 책자에 공연 소재로 쓰인 시들이 적혀있지 않을까 넘겨짚었는데(공간이 협소해서 가방을 맡기고 빈손으로 입장하는 바람에 채 펴볼 새가 없었음) 끝나고 확인하니 그저 빈 공책이었다. 이런이런. 시집은 제가 알아서 읽어볼게요.

 

김영랑 시인의 시를 컨셉으로 어울리는 드라마를 배우들이 풀어가는 옴니버스 방식 공연. 그 중에서도 "저는 꽃이에요~" 라며 그야말로 꽃이 한 송이 대뜸 등장하는 장면이 강렬했다. 이 장면은 두 번 반복되는데 첫번째 등장과 두번째 때의 분위기가 달라서 보는 맛이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나와서 펄럭펄럭 종이를 날리는 부분도 생동감 넘쳤다. 그리고 마지막쯤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야몽크림을 발라주고, 직후에 눈을 감고 시를 듣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시도, 공연도, 보통은 시각과 청각으로 느끼는 예술인데 촉각과 후각까지 활용해서 재미있었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야몽을 무척 좋아하는 것도 사실임ㅋㅋㅋㅋㅋㅋ

 

이후 기존 일정대로 민들레피리를 봤다면 시로 가득채운 하루가 됐을테지만, 숙고한 끝에 오늘 저녁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낮밤 연달아 공연을 봐버리면 나중에 본 공연 감상만 남는 것이 제 뇌의 한계라서요. 이 여운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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